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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지우개 (줄거리, 기억과 감정, 진짜 치유의 의미)

by endeavor87 2025. 5. 6.

나쁜 기억 지우개 포스터

드라마 '나쁜 기억 지우개'는 2024년 8월 2일부터 9월 21일까지 MBN에서 방영된 16부작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김재중과 진세연이 주연을 맡았으며, 기억 삭제라는 소재로, 상처를 지우는 것이 진짜 치유일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기억, 감정, 사랑, 자아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이군(김재중) 극심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기억을 지우는 수술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수술의 부작용으로 인해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며 혼란에 빠집니다. 이군은 뇌연구센터의 정신건강의학 의사인 경주연(진세연)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자신의 첫사랑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주연은 이군의 기억 조작에 관여한 인물로, 이군의 혼란을 바로잡으려 하지만 점차 그에게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한편, 이군의 동생인 테니스 선수 이신(이종원)은 형의 변화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파헤치려 합니다. 이신의 통역사인 전새얀(양혜지)은 이군과 주연의 관계를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군은 점차 자신의 기억이 조작되었음을 깨닫고 분노하며,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군과 주연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되고, 이신과 새얀 역시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전반적으로 드라마는 기억과 감정의 복잡한 교차점을 그리며, 인물들의 성장과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기억과 감정의 상관 관계 및 정체성

이 드라마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면 삶이 나아질 수 있을까에 대한 흥미로운 물음을 던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드라마가 전개됨에 따라 나타나게 됩니다.

기억과 감정의 상관 관계를 보면 단순히 상처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진짜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억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지운다고 해서 그 감정까지 완전히 사라지진 않습니다. 첫사랑, 큰 실패, 충격적인 사건 등 강한 감정이 동반된 경험은 더 오래, 더 생생하게 기억되듯이 감정은 기억을 강화시킵니다. 이는 뇌의 편도체가 감정 자극에 반응하여 해마에 저장된 기억을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감정은 기억을 왜곡할 수 있는데 사람은 감정 상태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때의 회상은 긍정적으로, 우울할 때는 부정적으로 왜곡합니다.
이걸 감정 일치 기억 현상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어떤 장면, 냄새, 음악을 들었을 때 과거 감정이 그대로 다시 느껴지는 것처럼 기억은 감정을 재생하기도 합니다. 트라우마나 PTSD도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 과거 감정을 반복해서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억이 과거를 저장하는 것이라면 감정은 그 기억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은 사실 그 기억에 따라붙은 감정이 너무 아프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이군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웠지만 지워지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들(설명할 수 없는 불안, 슬픔, 사랑의 감정들)이 자꾸 되살아납니다. 이는 기억이 없어져도 감정은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그는 기억을 지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기억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와 같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내가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게 진짜인지, 아니면 남겨진 기억 조각 때문인지.”
  • “기억을 지우면 상처도 사라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처는, 감정 속에 남아 있었어요.”
  • “기억이 없다고 해서, 감정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야.”
  • “나는 다시 사랑하고 싶어요. 진짜 나로, 진짜 당신을.”

이 대사들은 사랑과 감정이 기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도 감정이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곧, ‘나’를 이루는 것이 단지 과거 경험이 아니라 그 경험에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진짜 치유의 의미

진정한 치유는 상처를 직면하고, 이해하고, 그로부터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고통은 지운다고 없던 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면하고 이겨내야 합니다. 상처 위에 새살이 돋기 위해선 통증도 함께 견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즉, 회피는 잠정적인 해결일 뿐, 진정한 치유는 마주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론

‘나쁜기억지우개’는 기억과 감정, 사랑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드라마입니다. 단순히 과거를 지운다고 해서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상처와 어떻게 살아갈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기억을 지우는 대신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는 용기, 그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감정을 잊는 대신, 감정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한 진짜 이야기입니다.